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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기자와 함께하는 미술산책] 통영누비전 ‘만남’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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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602
내용
[김유경 기자와 함께하는 미술산책] 통영누비전 ‘만남’
전통美 누빈 현대美 ‘생활’이 되다
기사입력 : 2012-08-01

 


전영근 화백의 작품이 프린트된 실크를 누벼 만든 생활용품들.
전 화백의 작품 ‘바다와 섬’이 프린트된 차렵이불.
통영누비 기술로 만든 넥타이.



조선시대 통영 여인들의

입으로, 손끝으로 전해진

전통누비 기술



장인·화백 등 힘 합해

백팩·넥타이·원피스 등

현대 생활소품으로 변신


하나, 이것의 시작은 기원전 7세기경 인도입니다. 둘, 북방계에서 이것은 화폐에 적용되기도 했습니다. 셋, 남해안에서 이것은 수군의 군복에 사용되었습니다. 넷, 조선 말까지, 이것이 가미된 생활용품은 혼수로 각광받았습니다. 다섯, 이것의 사전적 의미는 ‘피륙으로 안팎을 만들고 그 사이에 솜을 두어 줄이 죽죽 지게 바느질을 촘촘히 하는 기법’입니다. 자, 다섯가지 힌트가 공통적으로 지목하고 있는 ‘이것’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바로 ‘누비’입니다. 두 겹의 천 속에 솜을 넣고 바늘로 한 땀씩 홈질을 해 단단하게 접합시킨 누비. 누비는 조선시대 여러 생활용품에 적용되면서 당시 생활상을 반영하는 전통공예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특히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누비 전문가들의 본원은 통영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는 임진왜란 때 삼도수군통제영이 통영으로 이전되면서 군복에 쓰이는 누비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바로 누비의 단단한 조직력이 날카로운 화살을 막는 기능을 했기 때문인데요. 전쟁 초기, 중앙의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각종 군수품을 조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통제영공방이 18세기 후반에 이르러 통영갓, 통영자개, 통영장석, 통영소반, 통영누비 등을 만드는 대규모의 12공방체계를 갖추면서 조선시대 최상품 제조지의 반열에 올라서게 됩니다. 이 12공방으로부터 통영여인들의 입에서 입으로, 손끝에서 손끝으로 전해진 전통누비기술이 바로 ‘통영누비’입니다.

통영누비는 시간이 지나도 윤기가 나며 구김이 적은 반영구적인 수명을 자랑합니다. 또한 밑실과 윗실을 고리처럼 꼬아 누빔으로 정교하면서도 신축성이 있어 어부들에게는 겨울바다의 바람을 막는 방한복으로, 새댁들에게는 어린아이를 들쳐업는데 쓰이는 처네로 쓰이는 실용성도 갖추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실력 있는 장인이라도 폭 50㎝, 길이 5m짜리 천 2~3개를 누비면 하루가 다 가버리는 가내수공업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 데다, 1960년대 일본에서 건너온 미싱을 이용한 기계누비가 널리 퍼지면서 통영전통누비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잠시 주춤했던 통영누비가 새로운 반전을 꾀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이 반전을 도모한 이들은 전혁림미술관장 전영근 화백과 통영전통누비 해수점 정숙희 대표, 30년 경력의 통영누비 장인 조성연 선생, 수리스튜디오 대표 이수련 디자이너입니다. 통영누비를 취급하면서도 ‘현대적이지 못하다’는 한계로 고민을 거듭해 왔던 정 대표가 전 화백 작품의 기하학적 구도와 밝고 따뜻한 색감에서 영감을 얻었고, 지난해 겨울 전 화백을 찾아가 작품을 쓸 수 있도록 허락을 구하면서 네 사람의 합작 전시회가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전 화백의 2006년 작 ‘반짇고리’·‘당산나무’, 2011년 작 ‘바다와 섬’ 3점이 실크에 프린트돼 조성연 장인이 누비고, 이수련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아기자기한 백팩, 넥타이, 윈피스, 지갑 등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입니다. 특히 1층 전시실 벽에 부착된 30여 개 넥타이의 다양한 패턴은 모두 ‘반짇고리’ 한 작품에서 탄생했는데요. 이것은 전 화백의 작품이 차원을 넘나드는 비구상이라는 점이 패턴을 형성하는 데 주효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만남’전은 이달 16일까지 통영 전혁림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한정된 개수로 주문도 가능합니다. 400여 년 전 바다를 지킨 용맹한 조선수군의 군복부터 신혼부부의 차렵이불, 아기를 감싸는 처네를 거쳐 2012년 백팩과 넥타이, 원피스에까지 적용되는 누비의 무한변신. 그 밝은 미래가 더욱 기대됩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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