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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기자와 함께하는 미술산책] 판화, 색다른 묘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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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0
조회수
1580
내용
[김유경 기자와 함께하는 미술산책] 판화, 색다른 묘미
단순한 찍어내기 넘어선 ‘복제의 미학’
기사입력 : 2012-07-18  

 

장샤오강 作 ‘혈연’
쿠사마 야요이 作 ‘spring’
백남준 作 ‘혁명가 가족 로봇’
앤디 워홀 作 ‘goldbook’




창원 리안 갤러리

내달 11일까지 ‘Edition展’

워홀·야요이·백남준 등

세계적 작품 20여점 선봬


작품 수백장 찍을 수 있지만

많이 찍으면 가치 떨어지고

적게 찍을수록 희소성 커져


‘시장’의 기본적 요소는 수요와 공급입니다. 이 두 요소는 수요자가 내려는 가격과 공급자가 받으려는 가격의 최대치와 최소치 사이를 부유하다, 적정 수위에서 합치점을 찾아 거래가 성사됩니다. 미술시장에서는 작가의 명성, 제작 기법 등 그림의 내력이 더해져 가격이 결정되는데요. 특히 ‘유일무이한 창조물’이라는 데서 빚어지는 수요와 공급의 급격한 불일치에서 미술품의 소장가치는 어마어마하게 뛰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에 찬물을 끼얹는 발칙한 미술품이 있었으니, 바로 똑같은 그림을 수백장 복제 가능한 ‘판화’입니다.

판화는 하나의 면에서 다른 면으로, 판에 그려진 형상이 종이로 전이되는 간접표현을 기법으로 하는 특수한 예술입니다. 나무, 금속, 돌, 실크 등 판재의 종류에 따라 목판화, 에칭, 석판화, 실크스크린 등으로, 잉크를 판에 입히는 방법에 따라 볼록판화, 오목판화, 평판화 등으로 분류됩니다.

사실 판화는 인쇄물과 순수예술의 임계점에 존재합니다. 의도적인 복제성을 전제로, 인쇄매체를 통해 발달한 점 때문일 텐데요. 실제로 19세기 후반 판화가 예술품으로 인식되면서 인쇄공들이 몰래 찍어둔 작품을 미술시장에 내놓으면서 원작자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1960년 빈에서 열린 제3회 국제조형예술회의에서는 인쇄물과 창작판화를 구분 짓는 규정을 만들었는데요. 주요항목은 매 작품마다 작가가 친필서명을 할 것, 총 제작 장수를 정해 일련번호를 기입할 것, 인쇄가 끝난 후 원판을 파기할 것 등이었습니다.

서명과 일련번호, 작품 기호는 판화 하단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오리지널을 증명하는 표식인 서명은 반드시 작가가 손글씨로 쓰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원판에서 찍어낸 진품이라 할지라도 서명이 없다면 그 가치는 형편없이 떨어집니다. 일련번호는 수량관리를 위한 한정번호입니다. 작가 임의로 얼마나 찍어낼지를 결정하는데, 총 부수가 적을수록 희소성은 커집니다. 일련번호는 총 부수 100부 중 25번째로 찍은 판화에 25/100으로 기입하는 식으로 쓰이는데요. 여기서 25는 단순히 작가의 손에 잡히는 대로 순서를 쓴 것일 뿐 숫자 자체의 의미는 없습니다. 간혹 유명작가 사후에 후세들이 원판을 파기시키지 않고 다시 작품을 찍어 거래하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작품은 별도로 관리해야 하지만 욕심에 눈이 먼 후세들이 이를 남발하면서 작가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작품 기호는 이니셜 형태로 기입되는 용도 표시로, A.P는 ‘화가보존용’, H.C는 ‘비매품’, P.P는 ‘선물용’, B.A.T는 ‘견본인쇄’의 뜻을 지닙니다.

이런 색다른 묘미를 가진 판화를 감상할 수 있는 ‘Edition전’이 창원 리안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데요. 내달 11일까지 앤디 워홀, 쿠사마 야요이, 백남준 등 다양한 영역의 세계적 예술가들의 판화 20여 점을 선보입니다. 매년 세계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하는 인기 작가 장샤오강의 ‘혈연’ 석판화, 팝아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백남준의 ‘혁명가 가족 로봇 시리즈’ 에칭·석판화, 나무의 질감이 살아있는 구자형의 목판화, 금박지에 찍어낸 앤디 워홀의 평판화, 마블링이 아름다운 샘 프란시스의 실크스크린 등 작품 면면이 각각의 개성을 품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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